[기고] 무엇이 장애를 장애로 남게 하는가
관리자 ㅣ 2016-10-08 ㅣ 203

무엇이 장애를 장애로 남게 하는가

- 이소아(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제1조 전문)” “모든 사람은 ......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제2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보다시피 분명 ‘모든’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아동, 이주노동자, 수형자.... 우리는 과연 이들을 ‘모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오늘은 장애 인권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친정 어머니는 여러 모임을 주도하실 정도로 활발하고 외향적인 분이었다. 그런데 3년전 뇌출혈로 쓰러지시면서 엄마는 남은 생 동안 오른쪽 다리 편마비와 단기기억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이를 보건복지부가 정한 장애등급으로 말하면 뇌병변장애 4급이다.
4급?!
일단 급수로 불리는 것이 기분 나쁘면서
왜 4급밖에 안돼? 살림을 못하시게 됐는데?라는 반문이 드는 모순된 감정을 느끼며...
엄마가 장애4급밖에 되지 않는 이유는 아직 기억장애가 장애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각설하고.
병원에서 1년 반만에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26년된 아파트에 그대로 살길 원하셨는데, 이전에는 아무 문제 없이 오르내렸던 1층 현관 계단 6개를 혼자 오르내릴 수 없어 12층 아파트가 사실상 감옥이 되어버렸다. 오랜 재활치료 끝에 이제는 워커를 짚고 조금씩 걸어다니게 되어, 기분전환이라도 시켜드릴까 하여 주말에 맛집에 모시고 다닌 적이 있다. 그때마다 장소를 섭외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휠체어 이동 가능한 턱이 없고 넓은 주차장이 있는 식당을 찾으려니 호텔급 식당에나 갈 수 밖에 없었다. 겨우 섭외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라 치면 사람들이 워커를 짚고 걸어가는(혹은 휠체어를 타고 가는) 엄마에게 호기심과 동정심 어린 시선을 던지거나 노골적으로 왜 이렇게 되었냐는 질문을 하곤 하는데 그런 시선과 질문에 자존심이 상한 엄마는 이제 되도록 식당도 가지 않으려 하신다.
장애로 인해 살림을 할 수 없어 재가복지서비스를 이용하고자 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등급’신청이란 걸 했더니, 고압적인 공무원이 나와 몇가지 정해진 객관식 질문에 체크만 하고 돌아가려 한다. 그래서 엄마의 사정이 어떤지 무엇이 필요한지 더 이야기하려 했더니 그런건 정해진 기준에 있지 않다는 답변만이 반복되는데, 나는 엄마가 엄마의 권리를 누리는 것인데 왜 이렇게 사정을 해야 하는지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혹시나 등급이 낮게 나와 엄마에게 해가 될까 되도록 웃는 낯을 지어야 했다.
얼마 후 소고기 등급 매기듯 3등급이 나왔다며 연락이 와서 찾아갔더니 거기서도 당황스러웠다. 엄마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물어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등급에 따라 ‘이미 정해진’ 서비스를 읊어주고 정해진 서비스가 아닌 것은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엄마는 안전문제상 주말에도 간병인이 꼬옥 필요한데 ‘이미 정해진’ 서비스에는 주말 간병인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이는 개인 돈으로 알아서 하란다.

만일 1층과 식당에 경사로가 있었다면, 식당에 갔을 때 주위의 불쾌한 시선이 아니었다면, 엄마가 자신이 직접 필요한 간병서비스가 무엇인지 말을 하고 그것에 따라 서비스가 정해질 수 있다면... 엄마의 장애는 더 이상 장애로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권리협약 전문에서는 장애를 이렇게 정의한다.
“장애는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이다 장애란, 
손상(impairments)을 지닌 개인이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동등한 입장에서
완전하고도 효과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막는 태도들과 환경적인 상호 영향에서 유발된다”
장애가 장애가 되는 이유는 이러한 환경적인 이유, 장애를 장애로 남게 해버리는 차별(효용의 논리, 비용의 논리로)과 방관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어떤 분들은 ‘장애’ 문제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명 중에 한명은 장애인이고, 장애인 중 거의 90%는 후천적으로(사고, 질병 등) 갑자기 장애인이 된다. 즉 장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그 이전에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하고 바로 거기에 우리가 인권의 문제에 서로 관심을 기울이고 연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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