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 창간호>를 읽고, 동행 실무수습을 갈무리하며 - 최무빈
2021-07-20      조회수 136
<인권운동 창간호>를 읽고, 동행 실무수습을 갈무리하며

- 최무빈


<인권운동 창간호>를 읽고 함께 나누고 싶은 구절은, 
지난번 류은숙 활동가님의 강의에도 언급된 적이 있는 ‘언어의 빈곤’에 관한 것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기존의 인권담론의 한계를 느꼈지만, 그것을 새롭게 채울 이론을 찾기 어려웠다. 
숱하게 벌어지나 무시되는 사건과 인간의 고통들을 지목하고 공적인 문제로 부상시킬 언어가 부족했다(31쪽).”

이 구절을 곱씹으며 제 삶과 연결 지어 다음과 같이 해석해보았습니다.
어떤 이론도 절대적 진리를 제공하지는 못하므로, 
        무엇을 주장하든 그것은 결국 주장하는 사람의 입맛에 맞게 편집된 이론에 불과하다는 회의감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공익인권 분야에 나름 관심이 있다고 얘기하면서도 무엇이 옳다 그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한 확신과 이론의 부재 속에서 떠다니던 중 동행에 하계 실무수습 지원서를 냈던 것을 기억합니다.

사실 로스쿨에 들어오고 나서 단 한 번도 이곳이 온전한 나의 자리라거나,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로스쿨에서의 학기야 원체 바쁘게 흘러가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기계적으로 수업을 듣고 
        시험공부에 매진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 동행에서 변호사님과 동료 수습생분들을 만나고 
        처음으로 왜 로스쿨에 와야만 했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길이 비로소 내가 가고 싶어 하고, 가야 하는 길임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그것은 매우 드물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소아 변호사님이 장애인활동지원법과 그와 관련해 동행에서 일궈낸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에 관해 얘기해주신 날이 기억에 남습니다. 
        드러내야 할 고통을 이야기하고 들어야 할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그들과 동행하는 것이 
        저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확신이란 어떤 논리적 정교함과 정합성으로 무장한 이론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제 안에 있다는 것, 
        류은숙 활동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믿음은 
        이미 제 마음속에 다 들어있었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꼭 들어맞는 언어를 발견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건 어쩌면 공익인권 현장의 모든 이에게 주어진 숙제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적당히 단순하고 편리한 언어로 타협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당사자들 각자의 고통, 각자의 이야기, 그 자체로 고유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성실하게 내보이려 하는 노력을 매번 느꼈기에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우리 공동체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성을 표현하는 삶(24쪽)”의 터전,
        안전하고 정의로운 곳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지난 3주간 낮은 경계로 가장 가까이에서 사회적 약자들과 지역사회의 아픔에
       ‘동행’하는 이곳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p.s. 동행에 바라는 점 한 가지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동행을 알게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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